[시론] “엄마들이 뿔났다” – 소아당뇨 가족 이야기

“엄마들이 뿔났다” – 소아당뇨 가족 이야기

지난 주, 중국의 한 마을에서 마을 주민(양씨로 알려짐)이 키우던 곰과 관련한 기사가 전해졌다. 산 속에서 혼자 낑낑거리고 있던 동물 새끼를 어미 잃은 강아지로 알고 데려왔는데, 키우다보니 곰이었다는 것이다. 양씨는 보호 대상 동물인 그 곰을 가족처럼 여긴지라 야생으로 돌려보내거나 신고하지 않고 살았는데 소문이 퍼져나가 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현재 그 곰은 지역 당국에 압류되어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이라는데,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역 당국은 양씨의 사연을 고려해 법적 처벌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에 앞서, 한국의 서울에서는 소아당뇨 아들을 둔 김미영씨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검찰에 고발한 기사가 전해졌다. 김미영씨가 희귀병 아들을 위해 의료기기를 불법으로 수입 및 개조했다는 것이었다. 1형 당뇨의 경우, 매일 여러 차례 채혈하여 혈당을 측정하고 필요 시 인슐린을 투여하여 적정 혈당을 유지하여야 한다. 어른조차 귀찮고 불편한 이 일을 어린아이 혼자서 하도록 한다는 것은 엄마로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대신 아플 수 없어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던 김미영씨는 1형 소아당뇨를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백방으로 알아보았고, 그러던 중 연속혈당측정기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해외 업체로부터 우편으로 기기를 직접 구매하여 아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심지어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기능도 혼자 힘으로 구현하여 아이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모든 내용을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있는 다른 소아당뇨 가족들과 공유하였다고 한다. 이쯤 되면 사회가 마땅히 큰 상을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이러한 행위가 의료기기법 제26조(일반 행위의 금지) 및 제24조(기재 및 광고의 금지 등)를 위반한 것이라며 사정 당국에 고발하였다고 한다.

관련 기사와 김미영씨를 변호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김미영씨의 경우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할 제품을 당사자의 자격으로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기기법 위반은 아니고, 해당 제품을 동일 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들 부모에게 소개한 것은 그들만의 폐쇄형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개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 광고에 해당하지 않으며, 해당 기기에 제공되는 정보를 스마트폰 화면에 전송하도록 개조한 행위는 안전성 및 유효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불법 제조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법에는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김미영씨의 경우, 의료기기법 제26조를 위반한 것은 맞다. 물론, 김미영씨는 범법 행위를 의도한 적은 없다. 그러나 선의였다는 것만으로는 범죄가 면제될 수 없다. 그런데, 김미영씨는 나름대로 해당 의료기기를 수입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다가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 불능의 일이라고 판단, 식약처에 가능한 방법을 문의한 것 같고, 식약처에서는 시험용 의료기기 수입이라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험용 의료기기 수입 제도는 수입하고자 하는 의료기기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의료기기인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여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사전 허가 제도의 한 절차인 것이지 그것이 어떤 개인으로 하여금 자가 사용 목적으로 국내 반입을 허용하고자 마련된 제도는 아니기 때문에,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식약처 또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광고와 불법 개조 문제는, 김미영씨가 동일 질환을 앓고있는 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소개한 것이므로, 변호인들의 의견대로, 의료기기법  제24조를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아울러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해당 기기의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한 행위 역시 해당 기기의 사용에 따른 안전성 및 유효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또한 국내에는 그와 관련된 명확한 법적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겠다.

멸종 위기의 야생 동물을 민가에서 키우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이유는 해당 동물들을 자연 상태에서 보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또한 그 동물이 야생 동물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키우다가 야생 동물임을 알게 되었다면 법률을 위반한 것은 맞다. 그러나, 정황상 고의성이 없고, 사실 인지 후 순순히 당국에 협조했다면, 굳이 그 사람을 처벌하여 얻는 사회적 이득이 없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곳에서도 이와 같이 당위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를 형량하여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접근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한다면 하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 보건에 관한 최상위 규정이다. 식약처는 이러한 헌법 규정, 국민 건강을 보건과 관련된 위해로부터 보호하고 그에 더하여 국민 보건을 향상하고 증진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기본 정신, 바로 그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국민을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의 위해로부터 보호하고 그와 같은 사업들이 적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립된 정부 기관이고 또한 의료기기법은 그러한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인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소관 업무만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아야 하는 공무원일지라도 자신이 왜 그 일을 하고 있으며, 누가 그 일을 위임하였으며, 무엇을 위하여 그 일을 하여야 하는지를 늘 생각하면서 일을 하여야 올바른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현미경(공무원의 시각)으로 관찰하면 법률 위반이지만, 망원경(일반 국민의 시각)으로 관찰하면 헌법 정신 내지 헌법적 가치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면(거꾸로인 경우 – 법률 위반은 아닌데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경우 – 도 있을 수 있다), 이에 관한 법률 해석은 신중의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헌법 정신과 그 원칙에 입각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김미영씨 사례의 경우, 법률 규정에 비추어보면 국민이 법률을 위반한 사례이지만, 헌법 규정에 비추어보면, 사실상 보건 당국이 하여야 할 일을 국민이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헌법까지 소환하지 않더라도, 즉 김미영씨를 처벌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 그를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우리 국민에게 미칠 해악이 무엇인지를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더라도 처벌이 최선책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처벌이라는 칼날을 세우기보다는 법률 규정의 미진한 부분이나 사각지대가 있음을 인정하고, 국민 보건을 위하여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일을 먼저 살피어 정비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특별히 보건 당국과 관련 공무원들에게는 헌법이 정한 국민에 대한 보호 규정, 즉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에 충실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다. 힘 있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 등의 권리 확보를 위해서는 앞장 서서 규정을 바꾸거나 법적 해석을 유리하게 해주는 경우를 이미 여러 차례 보아왔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마땅히, 그 자신이 헌법이 정한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서의 국민임과 동시에 헌법을 수호하여야 하는 국민의 공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시작되는 대한민국 헌법 규정은, 이 땅의 공무원들이 항상 마음판에 각인하여야 할 최상위 업무 수칙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김미영씨 사례의 경우, 이미 통관과 관련된 관세법 문제로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여러 정황을 참작하여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던 사례인만큼, 의료기기법 위반 문제도 당국의 현명한 결정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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