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소아당뇨 어머니가 주는 교훈

소아당뇨 어머니가 주는 교훈

소아당뇨 환아의 어머니로서 아이를 위해 의료기기를 직접 수입/개조하였을 뿐더러 많은 환아들의 고통까지 덜어주었던 미담의 주인공 김미영씨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 당했다는 글을 지난 봄에 나눈 바 있다. 관세청 고발 때와 유사하게, 검찰은 식약처 고발 건에 대해서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우리 사회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어제(7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개최된 한 행사에서,
“소명이 어머니(김미영씨를 가리킴)의 이야기는 의료기기의 규제에 대해 우리에게 깊은 반성을 안겨주었습니다. 많은 아픈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희망을 준 소명이와 소명이 어머니에게 여러분,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하면서 김미영씨 사례에 큰 공감을 표명하였고, 그와 동시에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위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약속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첫째, 첨단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첨단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절차를 만들어 혁신성이 인정되면 즉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사례를 들었습니다만, 유방암 수술 후 상태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도 국내에 임상문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출시를 허가받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제 이런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둘째, 안전성이 확보된 체외진단 기기에 대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단계적으로는 사후평가로 전환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겠습니다. 시장 진입에 1년 이상 소요되던 것이 80일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람 몸에 사용하지 않고 의사 진료 편의를 위한 기기는 식약처의 허가만 받으면 될 수 있도록 절차를 대폭 줄이겠습니다.

셋째, 어렵고 힘든 인허가 과정을 쉽게 만들겠습니다. 현재 의료기기의 허가, 신기술 평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식약처, 보건의료연구원, 심평원에서 따로 따로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3가지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대통령의 말씀 중 규제 관련 말씀과 안전 관련 말씀이 섞여 있기에 기대 반 그리고 우려 반이다. 예를 들어, “첨단 의료기기는 별도의 평가절차를 만들어 혁신성이 인정되면 즉시 출시하도록 한다”는 문장에서 “첨단”이나 “혁신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누가 그 기준을 만드는지, 누가 그것을 평가하는지에 따라 대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또한, “별도의 평가절차” 마련은 어쩌면 특례, 특혜일 수 있다. 힘 있는 자만이 그 특혜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로 인한 폐해는, 만일 존재한다면, 예상컨대 무고한 국민의 몫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가 또 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바라겠는가? 바라기는, 규제 혁신이나 개혁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확보하기 위한 정확하고 흔들림 없는 규제의 반석 위에서 정의에 합하는 방식으로만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것임을 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미영씨 사례의  경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우선 신속하게 건강권과 생명권을 수호하고 후속적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했어야 마땅했던 것처럼, 역으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선한 의도로 규제를 선제적으로 개혁 또는 혁신한다고 할 때, 만일 충분히 신중하지 못하여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놓쳐 버린다면, 잠재되어 있던 사고가 실제로 발현되는 사태를 막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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